통번역대학원

2020학년도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한서과 합격수기-③

YJ Park 2020. 12. 21. 00:47

2020학년도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한서과 합격수기-③

 

개인적으로 9~10월 동안 1차 시험 준비와 관련 지속적으로 아웃풋이 개선되어가는 것을 느꼈고, 물론 아직까지도 기억나는 몇몇 실수들이 있었지만 1차 시험 같은 경우는 운도 따라주어 결과적으로 국문 포함 그간의 수업 및 모의고사 때보다 많은 부분에서 개선된 글들을 쓰고 시험장을 나올 수 있었습니다.

 

 

 

 

1차 합격 후에는 남은 3회의 실전반 수업에 참여하였는데, 2차 시험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던 저로서는 첫 오리엔테이션 수업이 정말 유익했고, 실전 모의면접 형식으로 진행되었을 때에는 선생님과 학생들의 크리틱을 통해서 스스로 인식하고 있지 못했던 개인적인 문제점들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실전반 수업 종료 후 막판 2~3일간은 지적받은 안 좋은 습관들은 개선하거나 가능한 감추고, 무엇보다도 제가 가진 강점을 최대한 부각하자는 전략을 들고 2차 시험 면접을 치렀습니다.

 

2차 시험 면접 후, 물론 부족한 부분도 노출되었지만 전반적으로 면접의 흐름이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운만 따라준다면 목표로 하던 마지막으로 문 닫고 들어가는 최후의 1인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으나.. 결과는 아쉽게도 불합격이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맛보는 허무함과 당혹스러움이었지만, 얼른 냉정을 되찾고 불합격 요인에 대해 스스로 되짚어 생각해보니, 아마도 다른 합격자들에 비해 부족해 보였을 가능성이 있는 스페인어 유창성과 통번역 경험, 그리고 어휘 시험 결과였다고 판단했습니다.

 

 

 

 

당분간은 개인적으로 공부하면서 내공을 더 쌓고, 5월경에는 다시 학원 수강을 통해 불합격 요인들을 개선해서 내년도 시험에 한 번만 더 응시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한편, 1차 시험 합격이라는 결과가 그래도 재도전의 결정에 큰 힘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2차 시험 결과 발표 후 운동도 하고 틈틈이 스페인어 공부를 이어가던 중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 받아보니 결원 발생으로 인한 추가합격 통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이미 내년도 시험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었던 차라 기쁨이라는 감정보다는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시험관련

이 부분에서는 1차 시험 같은 경우 추후 대학원 홈페이지에 기출문제도 공개되므로, 주관적인 코멘트 위주로 작성해 보겠습니다.

 

 

 

 

[1차 시험]

 

1) 한서 요약 주제 – 집단주의/개인주의의 배경과 그로 인해 동/서양에서 나타나는 차이점

주로 다루던 시사적인 내용이 아니어서 좀 신선했습니다. 번역하기에는 껄끄러운 어휘들이 많이 나왔으나, 늘 해왔던 방식처럼 요약이라는 요구사항을 고려해서 나의 언어로 간단히 재구성해서 큰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서 요약에 있어서 저같이 국문 청해력에는 별 문제가 없지만 서어 작문에서 시간이 부족하신 분들은 번역의 형식보다는 잘 이해한 내용을 간결한 스페인어로 재구성 및 압축하여 틀리지 않는 답안을 작성하는 전략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2) 서한 요약 주제 – 태평양동맹의 배경과 현황

무엇보다 곽은경 선생님께 먼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수업시간에 다룬 내용과 상당 부분에서 유사한 텍스트가 출제돼서 서어 청해에 정말 큰 도움이 되었고, 좋은 국문 표현을 고민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었습니다.

 

3) 서어 작문 주제 – 한일 무역갈등의 배경을 바라보는 한 전문가의 또 다른 관점

개인적으로 꼽으라면 1차 시험 4개의 파트 중 가장 대응하기 쉽지 않았던 파트였습니다. 우선 신 유형이었고, 텍스트가 다소 길고 문제에서 요구하는 사항이 많아 자연히 작성해야 할 서어 작문의 분량이 같이 많아져서 시간을 많이 할애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한일 무역갈등 이슈에 대한 내용을 넘어 그에 대한 어떤 전문가의 새로운 시각에 대한 설명이 들어있었고, 이에 대한 분석 및 본인의 의견을 기술하는 문제였습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문제에서 요구하는 사항은 많았지만, 상당 부분 본문 속에 그 해답이 있어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대응이 가능했고, 본인 의견의 경우 저는 해당 전문가의 관점이 상당히 설득력이 있고 그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한다. 다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이 미--일 사이에서 반도체 시장 주도권을 레버리지로 활용하는 것과 함께 그 주도권을 놓치지 않도록 하는 데에도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다라는 취지로 작성했습니다.

 

 

 

 

4) 한국어 작문 주제 – 이해충돌

서어 작문에서 꽤 많은 시간을 할애했는데 다행히 이 파트에서 도움을 받았습니다. 시사적인 내용이 아닌 이해충돌이라는 낯선 용어에 대한 설명과 함께 그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묻는 다소 철학적인 문제였습니다. 경우에 따라서 난해할 수도 있지만, 우선 서어 텍스트 길이가 짧아서 20여분 남은 상황에서 다행스러웠고, 평소에 입시 준비 기간이 짧았던 관계로 필기/면접 모두에서 탄탄한 암기에 기반한 정확하고 똑 부러지는 아웃풋보다는 갖고 있는 배경 및 경험 지식을 활용하여 대처하는 대응 위주의 방식으로 준비했던 저에게 어찌 보면 유리했던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텍스트에서 '공적인 사안 속에서 개인이 사적 이익을 탐하는 과정에서 오는 내적 갈등'을' 표현한 “이해충돌” “이해충돌”이라는 용어 자체가 생소했기 때문에 저는 “이익갈등” “이익갈등”이라고 표현했고, 어차피 문맥 속에서 번역하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차이를 보일 수 있는 부분이라 판단하고 용어 선택에 많은 고민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는 그냥 내가 모르면 남들도 모를 거다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넘어가는 게 현명한 대처인 것 같습니다.

 

용어에 대한 설명은 텍스트에도 간단히 소개되어 있어 참고해서 간단한 예시를 들어 기술했고, 개인 의견의 경우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고 실수를 저지르며, 그 실수를 반복한다. 그러므로 이익갈등에 빠지는 것은 인간으로서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이와 관련, 공직윤리 측면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회문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늘 존재해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다만, 주변에 공직윤리를 모범적으로 지켜나가는 해외사례가 분명히 존재할 것이고, 우리는 이러한 선진사례를 참고하여 각 국가의 실정에 맞추어 제도를 보완하고 건강한 공직윤리 문화를 정착해 나간다면 해당 문제를 점차적으로 개선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는 논지로 작성했습니다. 종료까지 1분 남았다는 감독관의 안내 직후 겨우 작성을 마쳤고, 어찌 됐든 후련한 마음이 들었습니다.